'내면으로 건져 올린 삶의 숨결, 시선을 덧대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1. 작가 남준의 작품엔 존재자인 한에서의 존재자에 대한 원리와 원인에 대한 고찰이 아로새겨져 있다. 흡사 연작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사진 언어로 삶을 새기고 현실을 포갠, 실재자(實在者)로써 겪어야 하는 고독하고 힘든 여정이 덧씌워져 있기도 하다.
특히 그의 사진엔 삶의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번뇌와 불투명한 일상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가는 인간들의 애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매우 정적으로 드러나며, 가끔은 지나치게 고요한 나머지 역동성과는 거리를 둔 ‘상황’ 자체에 머물기도 한다.
일례로 그의 연작인 < 칼라차크라(kalachakra) >와 히말라야 산맥에 걸터앉은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주(州)의 라다크(Ladakh) 정경을 옮긴 < 라다크 포트레이트 > 연작 등에선 시간의 축(軸) 혹은 시간의 순환이 교차되며, 실재와 언어가 공존한다. 간혹 높은 공력이 일순간 덧없이 스치듯 지나는 장면이 놓이고, 그 틈에서 숭고한 풍경이 화면에 자리한다. 나아가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응시하는 이들의 삶, 목도와 관조가 교차된 채 그렇게 작가의 시선은 덤덤하게 배어든다.
반면 < 티베트(Tebet) 포트레이트 >시리즈에선 사진의 전통적 역할에 충실한 재현성을 띠면서도 내적 상태를 투각해 자신만의 언어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접하기 힘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전통과 문화적 풍습, 지금까지 살아 왔고 살아가며 살아갈 땅의 의미를 일성 아래 담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들의 1차적 공통점은 상황에 대한 고요와 순간적 지연이다. 작가가 직접 거닌 오지 풍경과 인물, 종교적 이미지들 대부분이 같은 선상에 놓인다. 하지만 이곳엔 본질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시선’이라는 작가의 일관된 철학이 투영되어 있다.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삶의 온기가 부유한다. 그리고 그 밑동이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잃어버린 사유이다. 그런데 남준은 흥미롭게도 이 내면에 투각(透刻)되어 빚어진 삶의 단상들 혹은 존재론적 고찰 등을 작가 자신의 성찰과 버무려 어떤 ‘상황’으로 귀납시킨다. 마치 그 자신도 그들의 일부가 된 듯 그렇게 자신조차 상황 내부에 고착시킨다.
때문에 그의 모든 사진들은 작가 자신을 지정하는 듯 비춰지곤 한다. 이는 숭고한 고행에 동참한
< 오체투지(五體投地, Prostrations) > 시리즈에서 보다 명료해지는데, 어떤 영리를 추구한 것도, 명예를 위한 것도 아닌 채 도시적 삶과 멀리하며 바람 따라 거닌 오랜 세월이 말해준다. 물론 사진학적으로도 ‘명사적인 다큐멘터리인가?’ 라는 자문은 스스로를 멈칫하게 만든다. 차라리 작가 내면의 동기로 현세의 길을 걷되, 피안의 자리를 향한 리얼리티와 상황의 느린 유속의 순환, 작가적 의도가 복합적으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 옳다.
다만 그의 작품들은 다분히 정적인 것이지만 수동적이진 않다. 관찰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듯하나, 매우 참여적인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한 장의 사진은 단편적이나 그것이 연결됨으로써 영속성을 띤다. 언젠가 전시 제목을 ‘영원한 순간(Eternal Moment)’이라 한 것이나 “내면의 관조를 통해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세상은 궁극적으로 하나임을 알 수 있다”는 그의 발언도 같은 연유다. 이것이 표면화 될 수 있었던 건 주체의 시선과 탈범주의 서간(徐看), 감정이입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균형적으로 유효했던 탓이 크다.
따라서 작가 남준의 사진은 긴 시간 유지해온 다큐멘터리즘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일회적으로 묘사된 사진으로 수용하긴 어렵다. 단순한 현장의 사실적인 기록을 뛰어넘어, 냉정한 피사체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삶의 숨결에 덧대어 전개된다. 그러므로 사진 특유의 재현성이나 보이는 것에 방점을 두어서도 곤란하다. 그보단 주체와 객체, 대상과 대상, 시간과 공간 등이 호환적이며 상호적이고 유기적인 여러 알고리즘(algorithm)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맞다.
2. 오늘날 남준의 작품들은 카메라 밖 대상과 진득하게 호흡하면서 객관적 기록을 벗어나 주관적 다큐멘터리로 사진의 미학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하나하나의 이미지들이 소통의 매개이자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미학적 분동(分銅)임을 나타낸다. 당연히 그 분동의 무게는 상황에 부응하고 채집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에 있으며, 그것은 다시 예술로서의 사진이라는 평가를 획득하는 주요한 가치구분이 된다.
그러나 이 보다 의미적인 건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성찰이요, 일련의 실험으로서 인간의 근원적 문제로 다가가고 있다는 데 있다. 그건 바로 체험을 통한 사진성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진이란 무엇인가에서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로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를 찾기 위해 / 문제를 풀기 위해 수년 간 세계 오지를 떠돌았고 현재 우리 눈앞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 결과이다.
이에 몇몇 작품을 보면, 우선 예불의 연장인 < 오체투지(Prostrations) > 시리즈는 작가가 거주민들과 함께 하며 불굴의 고행에 자발적으로 의탁함으로써 완성된 작품이다. 부처에게 온전히 나를 맡기는 ‘성스러운 고행’인 오체투지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시선’이라는 작가의 관점을 적절히 표현해 냈다. 이는 그저 어떤 바람과 의지의 결과로써가 아니라 그 바람과 의지의 실현,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곧 전부임을 나타낸다.
< 오체투지 >가 내던져진 몸, 다시 말해 자연과 성스러운 모든 것에 이마와 두 팔꿈치, 양 무릎을 맞대는 고통의 극한의 경험을 통해 삶은 그저 시간의 일부일 뿐임을 말한다면 연작에선 모래바람 속의 침묵까지 사유하도록 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써의 인과와 수용이 두드러진다. 그래서인지 작가 역시 상황에 개입하지 않은 채 멀리서 존재하는 것들의 자연성을 담아냈다. 그야말로 인위로 무언가를 만들지도, 행하지도 않고 순수하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자연과의 동행이다.
남준의 여러 작품들은 적어도 작가의 현존만으로도 잊고 있거나 혹은 잊어버린 세상의 단면을 일깨운다. 전생의 인연 속에서 만났음직한 살가움으로부터 환기되는 유익한 지점들이 상존함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작가 남준의 예술이 예술일 수 있는 건 늘 새로움을 목말라하고 직접 걸으며 시대와 조우해 왔기 때문이다. 즉,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 소수 민족의 유구한 문화적 전통들, 진화로 포장된 문명에 대한 자연의 품위를 우리네 여윈 삶에 대입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예술성을 포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엔 그저 ‘보이는 것’이 아닌, 혹은 ‘시대의 기표’가 아닌 다큐멘터리사진이 지녀야 할 예술적 요소들이 안착되어 있다. 작가의 주관적 해석, 진실의 발견, 감정의 공유라는 실존주의적 체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비연출성, 사전 구상(pre visualized)이 없다는 것은 그의 실존주의 정신을 보다 강조하는 프레임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생사의 서술과 흔적의 기술, 소멸과 창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녹아 있다. 어쩌면 그것은 낱낱의 살(輻)이 속 바퀴 측에 모여 둥근 수레바퀴(圓輪)를 이루는 윤원구족(輪圓具足)의 이치요, 이 모든 것이 그의 작업을 변별력 있게 만드는 핵심적인 성분들이다.
생각해보면 남준의 사진 작품들은 개인사와 사회사가 맞물려 있다. 나와 관계없는 듯싶지만 결국 나와 관계 깊은 현장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때로 관조적이고 망루에 선 듯한 여운도 있지만 자신이 하나의 역사적 시간과 물리적 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나아가 그의 사진예술은 매번 변화하는 어떤 촉매에 능동적으로 다가서 발화와 산출을 거듭하며 파국을 향해 줄달음치는 역사에 등을 돌리지 않고 있다. 그렇게 그의 사진은 자신의 언어들을 순서 짓는 양태 아래 미래에 새길 잔사(殘史)를 남겨 놓고 있다.
어쨌든 지금 남준의 사진은 존재자가 존재자인 한에서 갖는 공통된 존재는 은폐되고 존재에의 물음은 잊히는 것에 대한 공명의 수단으로 예술이 자리해야 함을 읽게 한다. 예술의 진정한 실체는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 역사와 인류사에 있어 각기 다른 삶 특유의 파동을 감지하는 것에 있음을 낮은 음으로 제시한다. 그럼에도 지금껏 해온 질문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상정되어 있다. 길고 긴 시간의 터널을 처음으로 귀환하는 것을 건너 예술과 삶이라는 근본에 대해 되묻는 자발적, 비인위적 모놀로그를 말이다.
Nam June - Capturing breath of life brought to the inside world
Hong Kyoung Han (Art critic)
1. The contemplation of principles and reasons of Being is etched into photographs by Nam June. And like in the "Asia Culture" series, there is also an overlay of a lonely and hard journey that a realist, who tells life stories in the language of photography and embodies reality, needs to experience.
In particular, his photographs reveal joys and sorrows of humans who endure life, day after day, being exposed to the inevitable agony and dim reality that occur on life paths. And they usually appear very static, sometimes too calm, remaining within the "situation", distant from the remaining dynamics.
For example, in his "Kalachakra" series and the series of "Ladakh Portraits", which captured the scenery of Ladakh region in the state of Jammu and Kashmir in the Himalayas, the axis of time or the flow of time are crossed, while reality and language coexist. Sometimes a great force is evanescently passing through, and between those moments the sublime scenery appears on the image. Furthermore, the lives of those gazing from the highest point to the lowest absorb the photographer's vision entwined with observation and contemplation.
On the other hand, in the "Tibet Portraits" series, Nam June reproduces the traditional role of photography while he also creates his own language by engraving the inner state. These works embody the traditions and cultural customs of those who live in the unapproachable lands, and the meaning of the land that they have lived, are living and will live on .
The primary common features of these works are calmness of the situation and momentary delays. Most of the landscapes, people and religious images that the artist strolled along himself are on the same line. However, there is a coherent philosophy of the photographer, which is essentially the "vision of human existence". The warmth of life that does not forsake hope floats around. And what is at its base is ultimately our lost cause. Interestingly, however, Nam June entices the pragmatic aspects of life or ontological considerations that have been created through introspection in this inner space, as a result of his reflection of being an artist. He seems to be a part of them, and even fixes himself inside the situation.
Therefore, all his photographs seem to designate the photographer himself. It becomes even clearer in the series of "Prostrations", which reflected sublime asceticism. The long time away from the urban life, not seeking profit or fame, speaks for itself. It makes you hesitant, asking yourself a question: "Is it a substantive documentary?" Rather than that, it is right that the artist is walking through life moved by his inner motive, while the reality heading for enlightenment, the slow flow of the situation and photographer's intentions are all projected in a complex way.
However, while Nam June's works are mostly static they are not passive. They seem to maintain the observer's attitude, but are also very participatory. Particularly, one photograph is fragmentary, but they are permanently connected to form perpetuity. During his exhibition called "Eternal Moment," he made a remark: "If you realize your nature through inner contemplation, you can see that the world is ultimately united." The fact that this could come to the surface was due to the series of balanced processes of empathy, vision of the subject and contemplation.
Therefore, the photographs by Nam June are based on documentarism that stretches across a long time, but they are difficult to accept as one-time pictures. Beyond the simple factual record of scenes, they develop through the breath of life that is not exposed through a cold subject. Therefore, it is also difficult to point out reproducibility and appearance of specific objects on the photograph. We should rather think that the subject and the object, the targets, time and space are composed of various algorithms which are compatible, mutual and organic.
2. Today Nam June's works reveal that he is escaping from the objective record, breathing along with the objects outside of the camera, to expand the aesthetic realm of photography to subjective documentary. Each one of his images represents a mediator of communication and an aesthetic counterweight to quench itself. Of course, the weight of this counterweight is in the cultural anthropological approach of gathering and satisfying the situation, which again becomes a major value category for obtaining an evaluation of photography as art.
However, it is the self-reflection to overcome limitations and contradictions that is more meaningful, and it is approaching the fundamental problems of humans as a series of experiments. It all starts with a question about photographic qualities through experience. So it is transformed from "What is photography?" to "What is the essence of life?". Nam June has traveled around the world for years to find it, to solve the problem, and the works he is presenting to our eyes are the result of this journey.
In case of some works, particularly the "Prostrations" series, which is an extension of the Buddhist tradition, the works were completed by voluntarily joining the inhabitants and implementing asceticism. Through the Prostrations, "sacred ascetism" that entrusts oneself to the Buddha, the artist's point of view as the "view on human being" has been appropriately expressed. It is not just a result of some desire and will, but a process that overcomes the realization and adversity of the desire and will itself.
If we say that in "Prostrations" life is just being a part of time through the experience of extreme pain of confronting nature and everything sacred with one's body, the forehead, the elbows, and knees, in the "Landscape" series, we can experience the causation and acceptance as the self-nature that makes us think until silence of a sandstorm is prominent. So, the photographer did not intervene in the situation, but captured the nature of things that existed in the distance. It is a journey with nature without making or doing anything artificial, following purely the flow of nature.
Nam June's various works at least remind us of the world that the photographer's existence alone has forgotten. They let us see that there are valuable points that are evoked from the flesh that we met in the past life. However, Nam June's art can be called art because he has always encountered the time by hanging on to the newness. That is to say, his artistry is positively influenced by the poor yet happy people, the eternal cultural traditions of ethnic minorities, and the natural dignity of civilizations wrapped in evolution.
In fact, here are the artistic elements that documentary photography has to possess, not just "what is seen to the eye" or "sign of the times". Among them are the subjective interpretation of the artist, the discovery of the truth, and the existential system of emotional sharing. In particular, the absence of preconceived, previsualized things serves as a frame to emphasize his existential spirit. On the other hand, the artist 's concerns about solving the philosophical and fundamental questions of what is the description and trace of life and death, the extinction and creation, and the human existence, are also blended into his work. Perhaps this is the essence of the mandala in which spokes are gathered on the inner circle to form a round wheel, and all of these are the key ingredients that make Nam June's work distinguishable.
Nam June's photographic works are intertwined with personal and social affairs. It does not seem to have anything to do with you, however a new perspective is presented that looks at the reality that is in the end related to you. It is sometimes contemplative and straightforward to observe, but one is not stingy about the fact that he exists in one historical time and physical space. Furthermore, Nam June's photographic art does not go back to the history of actively approaching any catalyst that changes every time, repeating ignition and production, and running towards an end. So his photographs leave a written history for the future under the mode of making an order from his own languages.
Anyhow, now Nam June' s photography tells us that art should be the means of distinguishing the presence of concealed common being and the forgotten questions of existence. In the low tone it tells us that the real nature of art is in recognizing the existence, in sensing different waves unique to life in history and human history. Nevertheless, the questions that have been asked are still considered to be important values. It is a voluntary, non-artificial monologue that travels through a long tunnel of time, returning for the first time, and repeats the questions about the origin of art and life.